Errances

7 octobre 2021

말 없는 말

Filed under: - zeon — zeon @ 00:53

없는

 

북한에서는 비언어적 표현이나 분위기나 느낌을  없는 말이라고 한다.

그거 말 되네.

우리는 같은 언어를 쓰지만, 우리를 가로 지르는 선을 따라 시간이 쌓이고 보이지 않는 어쩌면 보이는 거대한 벽이 생겼다.

우리는 바쁘다고 하는데 그들은 어렵다고 한다. 우리는 걱정이라고 하는데 그들은 된걱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밤을 샌다고 하는데 그들은 팬다고 한다. 우리는 살뺀다고 하는데 그들은 살깐다고 한다. 우리는 색다르다고 하는데 그들은 맛다르다고한다. 우리는 패스라고 하는데 그들은 연결이라고 한다. 우리는 아파트라고 하는데 그들은 고층살림집이라고 한다. 우리는 터널이라고 하는데 그들은 차굴이라고 한다. 우리는 뮤지컬이라고 하는데 그들은 가무이야기라고 한다. 우리는 도너츠라고 하는데 그들른 가락지빵이라고 한다. 우리는 주스라고 하는데 그들은 단물이라고 한다. 우리는 피망이라고 하는데 그들은 사자고추라고 한다.

하지만 인사할 손을 흔들고 만나면 악수를 하고  재밌으면 웃고 화나면 얼굴을 찡그리고 슬프면 눈물을 흘리고 위로할 땐 안아주고 사랑하면 입을 맞추겠지. 헤어질 다시 손을 흔들겠지. 그런데 그게 마지막 인사라면 어떻게 할까.

그게 영원한 마지막 인사였다는 걸 한참 시간이 지나 알게 됐다면.

 

초등학교 짝궁과 했던 대화.

– 너희 할아버지는 몇살이야?

– 아마 육십 몇살기억 . 우리 할아버지는 어릴 돌아가셔서 이상 나이 먹어.

– 우리 할아버지는 황해도에 계신대. 그래서 나도 우리 할아버지 어짜피 만나. 사실 한번도 없어. 아빠한테 얘기만들었어.

– 그럼 우리 똑같은 거네

 

죽은 사람과 만날 없는 사람의 차이점은 뭘까.

우리가 이제 앞으로 평생 만날 없고 너의 소식을 없다면.

 

얼마전에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과 얘기하다가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했어. 그는 북한에서 왔냐고 장난스럽게 물었어. 그래서 나는 그냥 가끔 북한에서 왔다고 대답해. 그게 중요한가. 중요할 수도 있겠다. 만약 내가 북한에서 왔다면 하루종일 감시하는 스나이퍼들이 조롱하는 얼굴을 발견한 즉시 죽였을 거야. 아니다. 사실 나도 몰라. 나도 그냥 어디서 들은 거야. 너도 한국이 북이랑 남으로 갈라져있다고 어디서 주워들은 처럼. 나도 아직 한 번도 북한 사람이랑 얘기해본  적 없거든. 가장 가까운 나라에 사는 사람은 만나본 없어도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은 만나본 적이 있어.

 

곳에 청년들도 춤과 노래와 술을 좋아할 텐데. 똑같이 현재를 불안해하고 사랑과 행복과 미래를 걱정하겠지. 궁금하다.

 

나는 오늘 한 번도 만난 없는 사람을 생각한다.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그리고 마주쳤고 다시는 없는 사람도. 그리고 친구였다가 시간이 지나 이상 안부를 묻지 않을 사이가 사람도. 인스타그램의 좋아요만 누르는 사이가 사람도. 가끔은 목소리를 주고 받을 사람도. 서로의 순간을 기억해줄 사람도. 그리고 나의 번째 장례식에 사람도. 번째 장례식에 사람도. 번째 번째 다섯 째 장례식에도… 

 

나는 없는 말이 많이 늘었어.

가끔 말을 잃거든.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순 없잖아.

그래서 없는 말을 .

 

 

 

하… 이거 언제 프랑스어로 바꾸냐.

자동차 사고 나서 머리 다치고 갑자기 원어민처럼 외국어를 하게 사람을 티비에서 있는데.

그냥 해본 말이야.

Aucun commentaire »

No comments yet.

RSS feed for comments on this post.

Leave a comment

Powered by Word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