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rances

2 décembre 2021

Histoires sur le grain de beauté

Filed under: - zeon — zeon @ 23:17

 

1.

나는 등 어깨 쪽에 커다란 점이 있다. 그 점은 꽤 두텁고 만져보면 촘촘한 솜털도 느껴지고 그 주변 살과는 다른 질감도 갖고있다.

나는 이 왕점이 싫었다. 어렸을 때, 민소매를 입고 학교에 가면 친구들은 등 어깨에 커다란 벌레가 붙었다고 놀리곤 했었다. 수영장 가는 것도 싫어했다.

수영장에 가는 날에는 점 위에 데일 밴드를 붙였다. 내 점은 흉터가 되었다. 사람들은 피부암일지도 모른다며 걱정어린 말에,

의사에게도 내 점에 대해 여러번 물어봤다.  나는 혼자서 보지도 못하는 점을 꽤 오랫동안 싫어했다. 어느날 할머니가 내 등에 점을 꾹 누르며 말했다.

“이 점이 널 등 떠밀어주는 거야. 넌 세상 밖으로 나가서 멋진 세계를 보게 될 거야. 이 점을 너무 미워하지마.” 더이상 흉터 같았던 점이 싫지않아졌다.

 

2.

아빠에 얼굴에 점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아빠는 검버섯이 피는 거라고 했다. 새로 생긴 점들 옆으로 조금씩 늘어난 흰 머리와  주름들이 눈에 띄었다.

꿈에 공항에 마중 나온 아빠의 얼굴에 정말 버섯이 피어있었다. 아빠는 천천히 할아버지가 되어가고 있다.

 

3.

엄마 배에는 뭉게구름 같은 점이 피어있다. 엄마의 하늘이 갈라진 날 우리가 세상으로 나왔다.

 

4.

어느날 친구가 자긴 얼굴에 점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점을 뺄 거라고.

어렸을 때 할머니가 내 점에 대해 이야기를 만들어 준 것이 생각났다. 나는 친구 얼굴에 있는 점이 예뻤다.

꼭 별자리 같았다. 친구가 점을 미워할 때면 나는 얼굴 위에 점들을 이어 별자리를 찾아주곤 했다. 그 애도 더이상 점이 싫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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