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rances

10 février 2022

Temps sur la route (길 위에서의 시간)

Filed under: - zeon — zeon @ 23:59

어디론가 이동하는 순간에는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에의 시간을 벗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버스나 기차 안에서 빠르게 뒤로 지나가는 풍경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타임머신 같은 기계에 타고 있는 것 같다. 창밖의 풍경은 한 시간 전이나 한 시 간 후나 똑같고, 끝없이 이어진 길을 달리다 보면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서, 길 위에서의 시간은 종종 없는 시간이 되어버린다. 세상의 모든 일에서 도피하는 것만 같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플레이 리스트를 뒤적거린다. 옛날에 담아 놓은 어떤 한 록 밴드의 유명해지기 전 앨범을 듣는다. 두번째 앨범 이후러 멈춰버린 그들의 목소리. 쉬는 걸까 그만둔 걸까. 그러다 옆사람의 헤드셋 사이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다. 왜 꼭 시간을 때워야만 할까. 시간을 때우기 위해 무언가 하는 것을 그만둔다. 하염없이 창 밖을 바라본다. 움직이지 않는 것 같은 구름을 바라보며 끝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흘려보낸다. 창밖 초록색 풍경에서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단어들을 주워 시를 쓰고, 친구와 맥주를 마시며 시시콜콜 떠들었던 이야기들을 다시 곱씹는다. 그 쓸데없을 것 같았던 이야기 속에서 무언가 발견한다. 그러다 돌연 십 년 뒤에도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은 똑같겠지 상상해 보다가 다시 구름을 관찰하고는 구름도 흘러가고 있구나 깨닫는다. 아, 이대로 아무데도 도착하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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